인간 승리 보여주는 스포츠·예술… 이들은 '인생 패자부활전' 산증인
부활과 극복, 용기를 보여준 기적의 아이콘이자 그가 증명해낸 인간 승리 앞에서는 적(敵)도 고개를 숙이기에 충분했다. '영원한 맞수'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이 앞장서 '아니모 아비달(ANIMO ABIDAL·힘내요 아비달)'이란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응원과 존중을 표현하기도 했으니까.
팀 동료와 수많은 선수에게 지지를 받았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그해 5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바르셀로나의 주장 카를로스 푸욜이 보여준 행동이었다. 암 투병을 이겨내며 선발 출장한 아비달을 위해 주장 완장을 넘겨줬고, 우승컵을 가장 먼저 들어 올리게 했다.
팀에 헌신하며 배려하는 푸욜의 모습이 '미스터트롯' 출신의 가수 장민호에게서 비친 건 사랑의 콜센타 녹화장에서였다.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아 노래 키(음높이) 조절을 여러 차례 해보던 정동원에게 다가가 노래를 같이 맞춰보고 어깨를 토닥이며 "동원아 다 맞았어 지금 최고다"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등 다른 트롯맨 곁에 서서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편집돼 방송에서 볼 수 없더라도, 그는 언제 어디서든 솔선수범하며 다른 트롯맨을 챙기고 방송 이상으로 최선을 다했다.
아이돌로, 발라드 가수로, 또 트로트로 계속 도전한 23년 경력 장민호를 비롯해 상당수 트롯맨은 어쩌면 '인생 패자부활전'의 산증인 같다. '실패자'라며 손가락질받을 때 '살아있다'며 스스로 일어났다. 부활의 아이콘이 직접 팬을 만날 기회가 공연마다 서로 다른 잣대에,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좌초하고 있다. 팀 해체 뒤 택배 일을 하는 등 어떻게든 살아내려 했던 그룹 '태사자' 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에선 "5000석 이상 대규모 공연 집합 금지"로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무산되더니, 지난 25일 열리려던 '고작' 400석의 태사자 공연은 광진구의 불허로 관객 입장이 무산됐다. 단지 노래를 넘어 삶의 자세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던 이들이다. 이를 무대로 올리려 했던 대중음악 공연계 종사자 수천 명이 생계를 토로하는 아우성과 허탈감 역시 짐작 가능하다.
이뿐인가. 다음 달 1~2일 송파구 올림픽공원 88호수 주변 무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록밴드 데이브레이크의 1500석 규모 공연은 취소됐다. 하지만 한 차례 취소됐다가 강서구 KBS 아레나홀로 자리를 옮긴 김호중 팬미팅은 다음 달 14·15일 회당 1500여 관객 앞에서 열린다고 27일 발표했다. 지자체마다 입장객 허용 숫자도, 공연 스타일 판단도 오락가락이다.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994석으로 운영되는 뮤지컬 '모차르트'는 거의 만석이다. 뮤지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 공연은 좌석 간 거리 두기도 하지 않는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희망의 불꽃까지 사그라든 건 아니다. 해외에선 파산 보호 신청을 했던 '태양의 서커스'가 지역별로 다시 모여 연습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는 유언 같은 마지막 앨범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에서 이렇게 부르짖는다. "내 영혼은 나비의 날개처럼 칠해져 있지. 지난날의 동화들은 자라겠지만 영원히 죽지 않아. 친구여 나는 날 수 있다네" 비상하려는 이들의 날갯짓은 과연 누가 꺾는 것일까.
July 31, 2020 at 01:1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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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2040]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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