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한화와의 대전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두산 선발 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1회부터 1~3번 노수광·강경학·하주석 세 타자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와 큰 키(191㎝)에서 떨어지는 커브에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플렉센의 삼진쇼는 2회에도 계속됐다. 5번 타자 노시환에 볼넷을 내줬지만, 4번 브랜든 반즈와 6~7번 최재훈·송광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회에도 8~9번 최진행·임종찬을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플렉센은 4회 선두타자 강경학에게서 3구 삼진을 뽑아내며 이 경기 9번째 삼진을 기록했다.
플렉센의 삼진 행진에 막혔던 한화 공격의 혈을 뚫은 것은 하주석의 기습 번트였다. 1루수가 번트 타구를 잡으러 나오는 사이 2루수의 1루 커버가 늦어지면서 하주석이 1루 베이스를 밟은 것이다. 플렉센의 호투 때문에 방심하고 있던 두산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번트였다. 하주석은 다음 타자 반즈의 1루수 땅볼 때 2루로 갔고, 이후 플렉센의 폭투 때 3루까지 진루했다. 당황한 플렉센은 노시환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2사 1·3루에서 최재훈이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한화는 계속된 2사 1·2루에서 송광민의 우월 3점 홈런으로 순식간에 4-0을 만들었다.
플렉센은 다음 타자 최진행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임종찬을 3루수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하며 4회를 마무리했다. 다시 마음을 다잡은 플렉센은 5회 강경학을 또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 경기 두자릿수 삼진을 기록했고, 6회 반즈를 상대로 11번째 삼진을 잡아내며 자신의 KBO리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넘어섰다. 올 시즌부터 두산에서 뛰고 있는 플렉센은 지난 5월 20일 NC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기록했었다. 플렉센은 다음 타자 노시환마저 삼진으로 잡아내며 올 시즌 첫 번째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을 기록했다. 플렉센의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은 KBO리그 역대 30번째 기록으로 2019년 5월 23일 당시 SK 소속이었던 브록 다익손이 LG를 상대로 세운 이후 1년 4개월만에 나왔다. 플렉센은 이전 타석에서 3점 홈런을 허용했던 송광민도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플렉센은 이날 6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4피안타 4실점 3볼넷 13탈삼진을 기록했다. 13탈삼진은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이다. 롯데의 댄 스트레일리가 6월 18일 키움전에서 잡아낸 12개 탈삼진을 넘어선 것이다.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은 선동열 전 감독이 1991년 당시 빙그레와의 연장 13회 승부 끝에 기록한 18개다.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가 한화 시절이었던 2010년 LG를 상대로 기록한 17개다.
하지만 플렉센의 이날 ‘삼진쇼’는 두산이 1대5로 지면서 빛이 바랬다. 플렉센은 4패(4승)째를 기록했다.
반면 한화 선발 투수 장시환은 같은 6이닝 동안 삼진은 1개만 잡아냈지만, 5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4승(12패)째를 거뒀다. 장시환은 이날 플렉센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1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중견수 뜬공과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2회에도 선두 타자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지만, 병살타로 아웃카운트 2개를 한번에 잡아냈다. 장시환은 3회 1사 1루에서도 3루수 땅볼로 병살타를 유도했다. 플렉센이 3회까지 삼진 8개를 잡아내며 한화 타자를 힘으로 눌렀다면, 장시환은 3이닝 연속 병살타로 두산 공격의 흐름을 끊은 것이다. 장시환은 6회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을 제외하고는 점수를 내주지 않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최원호 한화 감독 대행은 “장시환이 선발 대결에서 훌륭한 투구로 대등한 활약을 펼쳤고, 불펜들도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켰다”며 “하주석이 기습 번트 안타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줬고, 송광민이 홈런으로 빅이닝을 만들며 승기를 잡았다”고 말했다.
September 23, 2020 at 06:44AM
https://ift.tt/32Ru9cA
시즌 최다 ‘13K 삼진쇼’ 펼치고도 기습 번트에 당했다 - 조선일보
https://ift.tt/2Yuh2KK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