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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3, 2020

[기자수첩] 집에서 즐기는 첫 가전쇼, 근데 이걸 왜 봐야하죠? - 조선비즈

kerisasakti.blogspot.com
입력 2020.09.03 10:23 | 수정 2020.09.03 13:39

독일 베를린에서 현지 시각으로 3일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로 꼽히는 'IFA 2020'가 개막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시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고 하루 관람객도 1000명으로 제한되면서 굵직한 기업들이 대개 부스 운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전시공간인 'IFA 익스텐디드 스페이스' 참가기업 1000여곳 중 90%는 중국 기업이라고 한다.

IFA의 주인공으로 꼽히는 한국 기업들은 독자노선을 택하거나, 가상전시관 운영으로 방향을 틀었다. 모두 처음 해보는 시도들이었다.

LG전자는 IFA가 개막하기 전인 1일부터 3D(3차원) 가상전시관을 운영했다. 신통하게도 LG전자의 IFA 전시관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놨다. LG전자 전시관의 시그니처(대표)와도 같은 대형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형물 '새로운 물결'이 이곳에서도 관람객들을 맞는다. 현장에서 이 조형물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처음 본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싱겁다고 평가할 만큼 '구현'이 아쉬웠다. PC나 모바일로 현장 감동을 살리기란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이보다는 전시관 안쪽으로 들어가 가전을 하나하나 마우스로 찍어가며 차분하게 설명을 듣는 게 유익했다. 수백·수천명 인파에 이리저리 밀려가며 설명을 제대로 듣지도 못하는 현장 투어보다는 오히려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발로 돌아다니며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는 것과 비교해본다면, LG전자가 준비한 가전들을 세심하게 둘러보는 데 인내심·집중력이 필요했다.

하루 뒤인 2일 삼성전자는 IFA에 불참하는 대신 '멈추지 않는 삶'이라는 주제로 가상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었다. LG전자가 전시관을 그대로 옮겨놨다면, 삼성전자는 유럽총괄 담당자들이 삼성 주요 가전들을 비치해놓은 집을 매끄럽게 돌아다니며 하나하나를 설명해주는 구조로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LG전자와 비교하면 친절했지만, 1시간가량 소요된 삼성 제품 설명을 끝까지 듣기는 쉽지 않았다. 9년 만에 선보이는 프리미엄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 정도가 새로웠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이 콘퍼런스를, 이 전시회를 꼭 봐야할 이유를 만들고 설득해야 한다. 깜짝 신제품이 될 수도, 주요 전략 공개일 수도, 특별한 무대 콘셉트·인물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런저런 불편함·지루함에도 준비한 걸 끝까지 봐줄 '마니아'를 확보해야하는 중요성도 깨닫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 때만 해도 오프라인에서 제품력·기술을 뽐내던 기업들이 반년 만에 이런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낸다는 것은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 쇼들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마케팅하고 싶은 포인트와 소비자가 원하는 지점이 하루빨리 접점을 찾아 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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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3, 2020 at 08:2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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