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살면 오래 머물 수 있는 동네에 살고싶어
돈보다는 꿈, 작가 꿈꾸는 김종오 편집자 인터뷰
사진=연합뉴스
직장생활 4년차.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김종오(31)씨는 영끌도 어려운 20대에 가까운 청춘이다. 서울살이 11년은 이사와 월세의 역사였다. 그는 요즘 쏟아지는 부동산 관련 기사는 읽지도 않는다고 했다. 집값이 오르고 누군가는 그것을 사는 모습이 그에게는 딴세상 얘기 같기 때문이다.
4년차 출판 편집자 김종오씨 / 사진=한경DB
집 값 상승과 그에 따른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개인적으로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게 없다"며 "공공주택이 많이 보급된다는 것도 요원한 것 같고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적응 법은 욕구와 욕심을 줄이는 것이다. 서울에 집 사는건 사실상 포기했다. 부모님이 계시는 파주에 가서 살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누가 집을 산다더라, 집 값이 오른다더라 하는 기사는 찾아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괴리감에다 '나는 안 되겠구나' 하는 자괴감만 들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오를 것 같다"며 "집을 살만큼 돈을 벌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유로 파주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여년간 잦은 이사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동네는 옥인동이었다. 경복궁 옆, 청와대 근처인 옥인동은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였다. 그는 "도심의 편리함과 주택가의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동네"라고 기억했다.
조금만 걸으면 명동, 광화문 등 시내에 갈 수 있지만 동네는 서울 같지 않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따뜻한 파주의 고향 동네가 떠오르는 공간이었다. 그는 옥인동 처럼 오래 정을 붙이고 머물 수 있는 동네에서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생활을 꿈꾼다고 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술 마시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없고, 길거리에 쓰레기도 별로 없었어요. 분리수거를 조금만 이상하게 해도 지나가는 사람이 뭐라 그럴 정도였죠. 그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동네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는 집에 꼭 갖추고 싶은 세 가지로 큰 책상, 좋은 의자, 넓은 부엌을 꼽았다. 큰 책상과 좋은 의자에 앉아 오래도록 글을 쓰고 작업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요리는 못하지만 부엌에 대한 욕심도 있다고 했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일 수록 부엌이 좋아야 한번이라도 더 들어가지 않을까요. 요리를 할 마음이 생기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은 '광장'처럼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개인적으로 쉴 수 있는 '밀실'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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