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매각 본입찰이 진행 중인 가운데 새주인으로 현대중공업지주(009540)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3조원 자구안을 거의 마련함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매각 흥행이 예상보다 저조한 상태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룹 정상화를 위해 갈 길은 멀지만, 계획했던 로드맵이 착착 진행됨에 따라 호흡을 고를 필요성을 느꼈다는 평가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뚜껑 열어보니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에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유진기업(023410)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전량 35.41%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GS건설(006360)-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등 유력 인수 후보자들은 본입찰에 불참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인프라코어 매각 본입찰 불참과 관련해 “실사자료를 많이 확보하지 못했고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할 만한 답변을 받지 못해 응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실사는 진행할 거고 딜 진행 과정도 지켜볼 것”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와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흥행에 실패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무엇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법인 DICC의 최대 1조원 규모에 달하는 우발부채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8000억∼1조원가량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발부채가 더해질 경우 최대 2조원에 달하는 금액에 인프라코어를 사는 셈이 된다.
두산이 인프라코어를 본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와 밥캣을 자회사로 둔 투자회사로 나눈 후, 우발부채는 투자회사에 남기고 사업회사만 매각하는 방안 등을 등을 제시했지만 원매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은 인프라코어의 새주인이 현대중공업지주-KDBI 컨소시엄과 유진그룹 가운데 결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우 계열사 현대건설기계와의, 유진그룹의 경우 건설기계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연내 이뤄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선 매각에 참여한 두 원매자가 인수 가격을 공격적으로 제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DICC 우발부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두산이 마련하기 전까지 양사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한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우 코로나19속 계열사 실적 악화로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어 재무 부담을 늘릴 수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최종 인수우선협상자로 결정되면 인수 가격의 약 30~5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차입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7년 2514억원에서 2018년 2014억원, 2019년 12월 2108억원에서 올 9월 말 기준 681억원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늘고 있는 가운데 차입금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은 아니다.
유진그룹 역시 과거 하이마트 M&A로 그룹 전체가 위기를 겪은 바 있어 대형 인수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유진그룹은 지난 2007년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외부로부터 1조3355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이로부터 시작된 재무부담으로 유진그룹은 재무구조개선약정까지 맺은 '흑역사'를 갖고 있다.
3조원 자구안 사실상 막바지… “매각 미뤄질 수도”
3조원의 자구안을 마련한 두산그룹이 굳이 저렴한 가격에 알짜 계열사인 인프라코어 매각을 서두를 필요도 없다는 것도 거론된다.
당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두산의 의지가 아닌 산업은행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두산그룹은 올해 초 자금난으로 채권단으로부터 총 3조60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유상증자와 계열사 매각을 통해 연내 3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두산은 두산솔루스, 두산건설, 두산모트롤BG 등의 자회사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흥행이 부진하자 산업은행은 두산인프라코어 등 핵심 자회사 매각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연내 자회사 매각 성과가 있어야 추가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원칙을 세웠고, 두산은 결국 두산인프라코어를 시장에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인프라코어는 두산입장에선 팔기 아까운 알짜 계열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두산인프라코어는 매출 1조9000억원, 영업이익 17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14% 늘어난 수치다.
두산중공업의 3조안 자구안 마련도 사실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우선 지난 8월 하나금융-모아미래도레 컨소시움에 1850억원을 받고 클럽모우CC를 매각해 1200억원을 채권단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이어 같은 달 벤처캐피털 네오플럭스도 신한금융지주에 730억원에 매각했다. 9월에는 두산솔루스지분 52.93%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6986억원에, 두산의 모트롤사업부도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 4530억원에 매각했다. 두산의 동대문 시대를 열었던 두산타워도 8000억원에 팔았다.
이달 26일 두산퓨얼셀은 박정원 회장 등 ㈜두산 특수관계인들이 보유 중이던 두산퓨얼셀 보통주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 증여했다. 총 1276만3557주이며, 25일 종가 기준 6063억원 규모다. 여기에 캠코와 두산메카텍 창원 1공장 매매 계약을 체결해 1743억원을 확보했으며, 다음 달에는 1조17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도 예정돼있다. 유증 참여와 두산퓨얼셀 지분 등을 빼더라도 현금이 3조원을 넘긴다.
DICC가 진행중인 소송은 현재 2심까지 완료됐으며, 두산인프라코어가 제기한 상고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판결이 언제쯤 날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송은 현재 5년간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 7월 인프라코어와 소송 원고인 재무적투자자들이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는 의견서까지 낸 상황이지만 소송 결과가 나오는 시점은 기약하기 어렵다. DICC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계속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GS건설 컨소시엄이 추후 다시 매각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GS건설의 추후 참여시 매각가격은 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인프라코어의 주가도 올라 두산그룹에게는 매각가를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입장에서 3조원의 자구안도 다 마련했는데 팔기 아까운 매물을 저렴하게 팔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가격 등 측면에서 최종 인수우선협상자와 만족할만한 협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인프라코어 매각은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결국 두산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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